마을신문이나 마을방송을 하시려는 공동체 및 활동가 분들께 드리는 조언

저는 경남 통영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8년여, NGO활동가로 2년여 일했습니다. 지역 축제 조직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한 적도 있네요. 작년에는 경상남도(청)의 중간지원조직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공동체협력지원가와 경상남도 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기자단으로 활동했습니다. 

소박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좋은 사례. 창원 명서동 마을신문 '밝은 울림'
소박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좋은 사례. 창원 명서동 마을신문 '밝은 울림'

굳이 제 소소한 경력을 말씀드린 이유는, 다양한 관점으로 지역사회에서 미디어를 다루어 온 입장에서, 이제 말씀드릴 내용들에 대해 어느 정도 신빙성과 신뢰성을 얻고자 함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활동가로서 경남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사례들을 작게나마 살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동받은 시간도 있었고, 아쉬운 장면도 보았습니다. 그 기억들을 더듬으며, 제 나름의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위한 조언'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마을공동체미디어란 무엇일까”부터 :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남을 뿐이라면, 이미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아니다.

대체, 마을공동체미디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하나의 기준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이 주체여야 합니다.

(어느 지역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종종 ‘마을신문’이라고 자칭타칭 이름붙여진 사례들을 보면, 기획 운영 취재 제작 등 그 어느 과정에서도 마을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없는 경우도 봅니다. 
그런 건 마을신문이 아닙니다. 지자체나 정부기관의 ‘사업’ 실적을 위한 단기간의 성과물이 될 지언정, 그걸 마을신문이라고 불러서는 혼동만 생기고 마을공동체 역량 발전과 축적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을주민들의 미디어 컨텐츠 생산 역량이 아쉬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마을 주민이 공동체미디어에 ‘주체’가 되어야 할까 고민과 실천은 필수이겠습니다. 어떻게 주민들이 마을신문이나 마을방송의 주체가 되도록 이끌어낼 것인가, 활동가 또는 기획자가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마을주민들이 마을신문이나 방송을 만들 역량이 안된다고 해서, 외부 인력이 주민들을 대상화한 컨텐츠만 만든다면, 그건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아닙니다. 그건 그저 지자체나 정부의 '단기 사업 성과'일 뿐입니다. 

행정의 사업(예를들어 도시재생사업)에서의 필요성이나, 혹은 특정 활동가 개인 및 그룹의 욕구에서 출발한 마을미디어활동이라고 해도, ‘주민이 주체가 되도록’ 이끌어낼 수 있다면 마을공동체미디어로서 최소 필요조건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죠. 

결국 중요한 건, 왜 마을공동체미디어인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런 질문들과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가 내놓는 답이겠습니다. 


 2. 종이신문이든, 유투브든, 라디오든 결국 ‘도구’일 뿐이다. 

간혹 아니 종종, 마을(공동체)미디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들여다보면 어리둥절한 경우가 있습니다. 유투브 컨텐츠 제작 교육이라고 이름붙여도 상관없을 내용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활동 이야기를 하던 중 “유투브 하시냐”고 물어보던 모 기관 관계자도 생각나는군요.

유투브든, (종이)신문이든, 팟캐스트든, FM라디오든 그 모두 마을공동체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도구 자체에 매몰되다보면, 아차 하면 마을공동체미디어를 왜 하는지의 근본적인 질문을 잊어버리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 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주민들 스스로의 이야기들을 미디어 컨텐츠로 담아낸다는, 그런 활동의 기본방향이 근본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방법으로’의 선택은 ‘누가, 무엇을, 왜’의 질문과 선택 다음의 일입니다.

‘누가, 무엇을, 왜’가 정리되고 나서야, 그 마을공동체에 가장 적합한 도구로서 미디어 포맷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곳에는 종이신문 형태의 마을신문이 적합할 수 있고, 어떤 공동체는 유투브 채널을 개설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저 “유투브가 유행 같으니까” 또는 “마을신문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라는 이유라면, 지속성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3.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지자체 행정의 홍보를 대신해주는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주민자치회 주도의 마을미디어(대개 마을신문)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우리 지역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좋은 사업들과 활동들’을 알리고 싶고, 지자체에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홍보는 행정에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세요. 

행정이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사업들의 홍보는 행정의 홍보담당 공무원들이 알아서 더욱 잘 할 수 있습니다. 나름 전문가들입니다. 심지어 각 지역에 많고 많은 ‘지방신문, 지역언론’에서도 지자체 행정의 홍보는 잘 해줍니다. 

달리 말하자면, 마을공동체미디어 마을신문은 지자체 행정의 홍보매체나 지역신문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을 다루고 기록하고 공유할 때 더욱 가치를 가집니다. 

지역사회 마을공동체가 제작 발행하는 미디어가 지자체 행정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따라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진정 주민들이 주인공이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라면, 우리지역에 행정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기존 지역신문보다 더욱 더 현장감있게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자체 행정의 무슨무슨 좋은 사업들 말고, 우리 동네 사람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는 게 더욱 마을신문다운 일입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욕심낼 필요도 없습니다. 

차라리 우리 동네 누구네 집 강아지 네쌍둥이 출산 소식이나, 이웃집 어린아이는 왜 그렇게나 대차게 울어댔을까 이유가 나오는 그림일기나, 어느 집 아저씨 금연 성공 스토리가 동네신문 마을신문에는 더 잘 어울리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4. 기존의 언론, 신문 방송 포맷을 똑같이 따라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마을신문의 경우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신문 편집이나 기사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려고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미디어가 굳이 왜 기존 신문을 똑같이 흉내내야 할까요. 기존 신문들이 그런 방식의 편집이나 기사 작성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에는 효율성이라던지 광고 게재 최적화러던지 하는 나름의 이유들도 있겠지만, 그저 관행이라서 그런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신문같지 않은 신문”이면 또 어떻습니까. “방송같지 않은 방송”이면 또 어떤가요. 더 중요한 건 “마을다운 이야기, 우리마을다운 신문(방송)”입니다. 

마을 주민들 역량의 한계로 기존 언론 미디어의 방식들을 따라가기 어려운데도 무리하게 쫓아가려다보면, 마을미디어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지치거나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쩌면 기존 신문이나 방송의 방식이 우리 마을공동체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에 제약이나 한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을 방송 우리 마을 신문의 형식과 내용을, 우리 마을 주민들이 마음대로 정하는 걸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5. “너무 잘하려고 들 필요 없습니다” 일단 우리가 즐겁고 재미있으면 됐다. 

종이신문을 하든 유투브를 하든,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홍보를 해줄 필요도 없고, 거창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익히 아는 언론들의 흉내를 내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지고보면 마을공동체미디어란, “일단 우리 주민들끼리 우리 동네부터라도 재밌자고 하는 일”입니다. 거창한 목표나 완성도 높은 컨텐츠 기획이 아니라, 일단 우리부터 소소하게나마 즐겁고 재미있게 즐길만한 일이 되어야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이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을공동체미디어, 번쩍번쩍 멋지게 너무 잘 만들려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제 마지막 조언은,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기본 전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마을미디어가 어떤 사업의 성과물일 뿐인 경우에는 미디어 컨텐츠의 소위 ‘퀄리티’에 과하게 집착하고,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주체이자 주인공이 되어야 할 마을 주민들이 소외되는 역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아닙니다. 

일단은, 소소하고 정다운 이야기들부터 소소하고 부담 없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그게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핵심이 아니겠습니까.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마을주민이 “우리부터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겠지요. 다른 모든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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